[유석재의 돌발史전]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매라
[유석재의 돌발史전]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매라
Blog Article
/조인원 기자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인 마우리치오 리오토(66)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나폴리 동양학대 교수를 지냈던 인물입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에 알려지기 훨씬 전인 1980~90년대부터 한국학을 연구한 인물입니다.
그는 2004년에 한국의 고전 시가(詩歌) 500여 수를 냈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도하가’는 이렇게 번역했다고 합니다. “임이여, 그 물을 건너지 마오(Signore, non attraversare il fiume!)/ 안돼요 내 임이여, 건너지 마오(No, mio signore, non attraversarlo!)...” 그런데 한국 시가 중에서도 번역하기 가장 어려운 장르는 향가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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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기에 한국 시의 특징은 뭔가를 ‘창조’하려는 서양 시와는 달리 자연 속에서 리얼리티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팔레르모에서 자란 리오토는 고교 시절부터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연결하는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유럽으로 치자면 중근동 문화와 로마 문화를 연결하는 그리스를 모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바꿔드림론 3개월
한국은 음식이 맵고 사람들의 성격이 급하며 가정적이라는 점 등에서 고향 시칠리아와 닮은 점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국 시(詩)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보는 시는 뜻밖에도 송강 정철의 이 시조였습니다.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현대증권 구조조정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매라
떠다니는 구름처럼 이미 세상을 버렸다는 불교적 정서가 기막히게 형상화됐다는 것입니다… 집착을 버리면,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TV뉴스 따위는 당분간 보지 않겠노라 마음먹는다면, 세상은 이렇듯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가고 또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국민은행 대출계산기
다. 물 아래 그림자 지든 말든, 흰 구름이야 지나가든 말든, 돌아 아니 보고 다리 건너 내 갈 길만 유유자적 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초연함이든 처연함이든 상관없습니다. 살아보니 세상은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고, 혹 망한다 하더라도 기실 뭘 어쩔 수가 있을 것이겠는가. 누군가는 몇 주 전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라 걱정 같은 건 이제 핸들링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내 손을 떠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이 뭐 이따위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하는 생각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어찌하겠습니까. 송강 정철의 저 시조라도 읊조리지 않는다면 마음 속 불덩이를 가라앉히기 어려운 것임을. 하나 이것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결코, 절대로, 이것이 기승전결의 결이 될 수 없다는 부동산 규제완화
것 말입니다. 어쩌면 이제서야 겨우 시작일 뿐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결코 속지 않을 것입니다.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점을 잡아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매하나저축은행 햇살론
주 금요일 새벽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점을 잡아 설명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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